가을 /호당/ 2024.2.29
바람은 가을을 몰고 오자
자연은 채비를 서두른다
찌르레기는 유난한 신호로
재촉한다
알겠다
초록의 의장들 훌훌 벗어
화려한 색으로 변장하기
시작한다
달콤한 미각이 콧등을 간질인다
이 향기를 맡으려 신이 나게
드라이브 가속페달을 밟아
시댁에 도착하자
먼저 고추가 빨간 낯빛으로 반긴다
화약고가 터진 듯 온 산이 붉게 타고
소방차는 묵묵부답
상춘객이 불구덩이 속을 파고든다
축 처진 어깨 팔들
결실의 무게 내려놓고 홀가분한 듯
먼 산을 바라본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문안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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