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 복사 용지 /호당/ 2024.5.12
대중교통 버스는
그 부근에 하차해도 고맙다
무거운 관절을 달래며 간다
기남상사는 대형 문구점
두 뭉치 무게만큼 짓눌려
그 부하를 감당하고
관절을 다독여 준다
하얀 백지는
내 마음을 그려낼 발판이다
허투루 백지로 보낸 적 없다
맘 한 구절이라도 담아 주면
안도하는 백지
어깨에 메자 짓누르며
당부한다
부디
백지에 담아낼 마음들은 좋아
다만 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함부로 뭉쳐 비벼
거지발싸개만도 못한
대접은 말라
B5 복사지 한 장 한 장이
복사지를 거쳐야
복사지 임무는 끝낸다
내 어깨를 누른들 더 가벼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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