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도 입술로 글을 쓴다

인보 2024. 9. 3. 17:25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도 입술로 글을 쓴다 /호당/2024.9.3

 

 

서로 좋은 게 좋다는 말만 하는 게

삶이 전부는 아니다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도 때로는

모른다고 때쓰며

따라오지 않으려는 새끼 염소 같은

짓도 삶이다

먹기 싫다고 또는 모른다고

앙앙거리는 아기에게 엄마처럼

억지로

밥숟갈 집어넣는 것도 생이다

언젠가는 눈감은 버들강아지

비 맞고 강물 흐르는 기슭에서

거짓말하듯 눈 활짝 뜰 날에

입술로 글을 쓴다

날아간 새들아 돌아오너라

먼저 간 버들강아지보다

오늘 아침 허겁지겁 달려와서

‘가, 나, 다’글자 쓰려는 자

안부부터 묻자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간단히

압축된 삶의 기록은 없다

강물처럼 생은 흐른다

같이 흐르다 갈래로 갈라지다

한곳으로 만날 때도 있다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가 입술로

큰소리치며 글을 써서 꽃 필 때가 온다

지난 것을 끌어안아 밑바탕으로

삼는 것이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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