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도 입술로 글을 쓴다 /호당/2024.9.3
서로 좋은 게 좋다는 말만 하는 게
삶이 전부는 아니다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도 때로는
모른다고 때쓰며
따라오지 않으려는 새끼 염소 같은
짓도 삶이다
먹기 싫다고 또는 모른다고
앙앙거리는 아기에게 엄마처럼
억지로
밥숟갈 집어넣는 것도 생이다
언젠가는 눈감은 버들강아지
비 맞고 강물 흐르는 기슭에서
거짓말하듯 눈 활짝 뜰 날에
입술로 글을 쓴다
날아간 새들아 돌아오너라
먼저 간 버들강아지보다
오늘 아침 허겁지겁 달려와서
‘가, 나, 다’글자 쓰려는 자
안부부터 묻자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간단히
압축된 삶의 기록은 없다
강물처럼 생은 흐른다
같이 흐르다 갈래로 갈라지다
한곳으로 만날 때도 있다
피우지 않은 버들강아지가 입술로
큰소리치며 글을 써서 꽃 필 때가 온다
지난 것을 끌어안아 밑바탕으로
삼는 것이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