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 점 시 한 편/호당/ 2025.3.4
내 시의 포자는 주로
밤에 발아한다
워낙
시의 밭이 메말라서
또래에 비하면
낙제점에 속한다
딱딱한 메마른 굳은 땅을
파고파고 들어가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박토다
뭐
확실히 짜낸 막걸리 뒤 남은
술지개미 같은 곳에서
시를 발효한들 온전한
시가 나오겠나
메마른 땅에 주린 입 대고
상상력을 부화하려 해봐
어떤 시어가 나오겠나
밤이 이슥하고 별은 독촉하듯
눈알 부라리고
나는 숙제하듯 조바심
악천후에 겨우 발아한 비틀어진
시 한 편이 쪼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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