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5

낙제 점 시 한 편

호당의 작품들 2025. 3. 4. 11:53

낙제 점 시 한 편/호당/  2025.3.4

내 시의 포자는 주로 
밤에 발아한다
워낙 
시의 밭이 메말라서 
또래에 비하면 
낙제점에 속한다

딱딱한 메마른 굳은 땅을 
파고파고 들어가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박토다

뭐 
확실히 짜낸 막걸리 뒤 남은 
술지개미 같은 곳에서 
시를 발효한들 온전한 
시가 나오겠나
메마른 땅에 주린 입 대고
상상력을 부화하려 해봐
어떤 시어가 나오겠나

밤이 이슥하고 별은 독촉하듯 
눈알 부라리고
나는 숙제하듯 조바심
악천후에 겨우 발아한 비틀어진 
시 한 편이 쪼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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