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를 심겠다. 2005.7.24
호 당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는 했었지만
좌절은 하지 않았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한 기분으로
귀중한 금덩어리를 얻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과나무를 심었어야
했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폭우에 잃어버린 옥토가
황무지로 변해버렸어도
절망은 하지 않겠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처럼
차근차근 가꾸어
사과나무를 심겠다.
비록 내가 영화를 못 보더라도
어린 사과나무를 심어두고
내 영혼을 묻어 두겠다.
폭풍우가 쏟아지고
혹한이 다가 올지라도
조용히 돌려보내고
사과나무를 가꾸겠다.
이웃들이 방망이 찧어도
얼빠진 이로 몰아도 좋다.
그래도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명구를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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