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장 하나 맛있는 문장 하나/호당/ 2024.11.15노인들의 들판을 들리면무료 커피잔을 돌리는 이를 본다무료에 기를 쓰는 족속들은거의 무위 고에 신음하는 이들하나님의 길 닦은 권사 한 분과그 길을 인도하는 문어에내 입 침 삼키도록 뜻있는문장을 엮어낸다늙을수록 앞마당 노송 하나 침묵의 피톤치드도 시원치 않아새들조차 앉기를 주저한다맛있는 카레 정심보다더 맛있는 문장을 삼킨다. 자작글-024 11:57:49
묘비명 묘비명/호당/ 2024.11.16그는 그럴듯한 가문으로 태어나글의 길은 잡풀이 우붓 하나재화의 길은 잘 닦아억만장자가 되자졸작의 시인이 비문을 쓴다비록 인간의 운명은 하늘이 주신 것운명 잘 타고나서지폐에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자여기 잠들고 있다지진이나 산불 따위 끄덕없다잠시 화마에 싸인들 툭툭 털고 멋진 단장으로후광을 드러내리라두둑한 유산이 그의 무식을 빛내리라. 자작글-024 11:47:58
행복이 옆구리로 샌다 행복이 옆구리로 샌다 /호당/ 2024.11.16많이 배웠다 하여행복의 열매 가지 찢어지도록열 것이라는 생각은 자유다초등학교 중퇴하고 재력가가 되자돈에 혹한 새색시와 결혼하고행복이 더덕더덕 붙은 듯한 낯빛아내는 흥청망청 곡간을 비워내고눈먼 사장이 되자부하 손아래 구멍 뚫리고빳빳한 부하들 따끔한 질책 내릴 줄 몰라한 푼도 사회에 환원하지 않아쌀자루 귀퉁이 툭 터져멀지 않아빈 자루가 행복에 겨워하겠다. 자작글-024 11:34:20
가을은 저문다 가을이 저문다 /호당/ 2024.11.16은행나무 가로수 노랗게 깔리자은행알이 툭툭 터져있다심한 구린내로 갚아준다구린내 묻은 신발은닭발 모래질 하듯 발질한다느티나무 가로수 밑낙엽으로 덮는다아저씨가 에어 청소기로 날려한곳으로 몰아넣는다떨어지는 것은 완결이다가을이 남긴 흔적이다가을이 저문다고 아쉬워 말라겨울이 있어 가을이 더 아름답다. 자작글-024 11:22:05
처방전 받는 날-2 처방받는 날-2 /호당/ 2024.11.16늙어 허물어가는 초가 같다땜질하며 견딘다문진은 정한 코스 달리다가문 열리면 한 문항씩 배구공 넘어오듯나는 잘도 받아넘긴다승자도 패자도 없이 핑퐁 튀기기다처방전은 낯 하나 붉히지 않고태연히 그대로 나온다더도 말고 이대로가 편한 걸약 한 봉지씩 털어 넣고하루가 지나간다. 자작글-024 10:5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