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부적 하나

인보 2009. 8. 26. 11:33
      
      부적 하나
      호 당   2009.8.26
      아홉수를 잘 넘겨야 돼요 
      올해는 삼재가 든 해래요 
      딸애가 부적을 붙여 왔다
      꼭 몸에 지녀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이고
      성의를 봐서 버릴 수 없어 
      지갑에 넣었다
      내 낙관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글자 같은 것
      꼬불꼬불한 골목길 같은 것에
      붉은 가루 덮어씌워
      도무지 
      알 수 없는 형상에
      영험을 뿌려 둔
      그 무엇이 
      각인되어 있단 말인가
      아니 이걸 지니면 
      모진 세월이 흐물흐물 
      잘 녹아 흘러내릴까
      삭풍도 비켜 지날까
      구봉광산이 무너져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도
      살아났던 기적이 있을까
      좋은 게 좋다고
      믿거나 말거나 
      두 겹으로 접은 부적이 
      지갑 속에서 
      한해 내내 편안히 자면서  
      꼴깍 넘어갔다.
       
      

    '자작글-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가-덕곡에게 바침-  (0) 2009.08.26
    태안반도 채석강  (0) 2009.08.26
    욕심 한 점  (0) 2009.08.25
    혼돈  (0) 2009.08.24
    하지정맥은 내 훉장  (0)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