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호 당 2009.8.6
희미한 새벽이 사라질 무렵이면
버릇처럼 된 달팽이는
더듬이를 새우고
우주를 꿈꿉니다
오늘은 더듬이가
한여름 낮 호박잎처럼 되었습니다
아직 잠에 덜 깬 것도 아니고요.
빳빳한 더듬이는
우주와 지구의 소리를 받아들여
올곧은 달팽이로 살아왔는데
그만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상의 선 밖을 훨씬 벗어난 채로
받은 소리는 온전하겠나만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
뱅뱅 돌아갑니다
바다에 띄운 배가 뒤뚱거려
탄 손님이 모두
뱃멀미를 하는 것처럼 되어
순리를 마다하고
거역의 헛바퀴만 돕니다
영혼의 새 한 마리가
흐트러진 실타래를 감고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먹구름 속으로 날아갑니다
알코올냄새 짙은 대포 몇 방 쏩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영혼의 새 급히 되돌아와서
실마리를 입에 물었습니다
먹구름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집니다
소용돌이는 느리게 더 느리게 돕니다
더듬이는 천천히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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