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혼돈

인보 2009. 8. 24. 09:29

      혼돈 호 당 2009.8.6 희미한 새벽이 사라질 무렵이면 버릇처럼 된 달팽이는 더듬이를 새우고 우주를 꿈꿉니다 오늘은 더듬이가 한여름 낮 호박잎처럼 되었습니다 아직 잠에 덜 깬 것도 아니고요. 빳빳한 더듬이는 우주와 지구의 소리를 받아들여 올곧은 달팽이로 살아왔는데 그만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상의 선 밖을 훨씬 벗어난 채로 받은 소리는 온전하겠나만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 뱅뱅 돌아갑니다 바다에 띄운 배가 뒤뚱거려 탄 손님이 모두 뱃멀미를 하는 것처럼 되어 순리를 마다하고 거역의 헛바퀴만 돕니다 영혼의 새 한 마리가 흐트러진 실타래를 감고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먹구름 속으로 날아갑니다 알코올냄새 짙은 대포 몇 방 쏩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영혼의 새 급히 되돌아와서 실마리를 입에 물었습니다 먹구름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집니다 소용돌이는 느리게 더 느리게 돕니다 더듬이는 천천히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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