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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판
호 당 2009.11.19
내 머릿속에
팔만대장경판과 글자 수만큼이나
좋은 인자가 스며 있다면
지금쯤 멋진 시 한 편을
끌어낼 수 있는 영험이 나올 법도 한데
이 사람아
자네 머리는 나쁘지 않아
지금 해인사로 찾아가게
팔만대장경판을 보고 영험을 얻어보게
자비로 가득 찬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판에
내 오감으로 투영하고 감광한다
그리고
부처님에 108배 올리고 묵상한다
네 머리통에는
온갖 잡것들이 엉켜 흩트려 놓았구나
비키라
부처님 계시다
5,200만 자字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것처럼
머리가 정리되는가보다
때 묻지 않은 백지에
부처님의 계시를 받아 적는다
글씨가 비뚤비뚤 엉망이다
또 한 번 호령이다
대장경판의 글자가 비뚤어졌더냐
하나같은 맵시야
뛰어난 예술성에 신력이 깃든 거다
부처님의 계시를 실은 바람이 머리를 스쳐
대웅전 처마 끝 목어를 깨운다
새 한 마리가
연꽃잎에 고인 영롱한 물방울을 머금고
대숲을 스친다
일주문 벗어나니 하늘이 더 푸르고 맑다
이제 시 한 편 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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