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부르지 못한 이름

호당의 작품들 2010. 4. 11. 17:52



부르지 못한 이름 호 당 2010.4.11 유리벽 밖은 새빨간 너의 입술로 향기 날리고 있었지만 유리벽을 뚫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너의 이름을 내 호주머니 속에 깊이 간직한 채 가슴만 졸였다 새파란 풀꽃이 재재거릴 때만 해도 일직이 찾아온 봄기운을 모래사장 주위를 구획 지우는 폐타이어에 이름 새기고 꼭꼭 묻어 두었다 비바람 불고 강물이 흐르는 사이 너와는 비켜간 인연이었던가 묻어 둔 폐타이어는 점점 파묻혀 간신히 머리만 쳐들었지만 지울 수 없는 이름은 가슴에 묻어 두었다 강물이 합류하는 곳에서 만난 이름은 유리벽 밖에서만 서성거릴 뿐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밤낮 부르지 못한 이름 하얀 서릿발에 호호 입김으로 불어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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