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 못한 이름
호 당 2010.4.11
유리벽 밖은 새빨간 너의 입술로
향기 날리고 있었지만
유리벽을 뚫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너의 이름을
내 호주머니 속에 깊이
간직한 채 가슴만 졸였다
새파란 풀꽃이 재재거릴 때만 해도
일직이 찾아온 봄기운을
모래사장 주위를 구획 지우는
폐타이어에
이름 새기고 꼭꼭 묻어 두었다
비바람 불고 강물이 흐르는 사이
너와는 비켜간 인연이었던가
묻어 둔 폐타이어는
점점 파묻혀 간신히 머리만
쳐들었지만 지울 수 없는 이름은
가슴에 묻어 두었다
강물이 합류하는 곳에서 만난
이름은 유리벽 밖에서만 서성거릴 뿐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밤낮
부르지 못한 이름
하얀 서릿발에
호호 입김으로 불어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