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떨어지면 밤잠 설친
어린 시간은 늙어버렸다
냉수 한 컵으로 빈속을 깨운다
골판지 얼굴로 새벽을 뚫고
골목을 밟는다
손수레가 먼저 나를 기다린다
노동의 길거리는 일정하지 않아
굶은 똥개도 마다하는 짓을
쓰레기통 뒤져야 한다
골판지
남들은 쓰레기
나는 황금알을 낳는 밑자리
손수레 바퀴살이 휘도록
시간이 흘러도 골판지 무게는
가볍게 쌓일 뿐
등뼈는 휘어들어 삐걱거린다
등과 배의 거리가 가까워도
누벼야 한 골목길은 멀어요
고물상의 저울에
점수를 체크check 받아내야 한다
점수가 모인 값어치는 원의 단위가
차곡차곡 쌓으면
늦깎이 상아탑을 쌓을까?
보다 못한 이웃에
찬바람 한 구멍 막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