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망막에 새겨 둔 활엽수들

인보 2010. 10. 29. 08:42

 

      망막에 새겨 둔 활엽수들 호 당 2010.10.29 산 밑에서 만난 낯선 나무는 70골도 넘는 나이테가 구불구불했었다. 듬성듬성 섰던 나무 사이로 낯선 구름이 스치고 낯선 햇볕이 찌그러진 그늘을 파고들었다 엷은 온도에 새잎을 피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는 달랐다 숲을 키우려는 나무들은 떡갈나무 참나무 조팝나무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들이지만 소나무는 없었다 이들을 살펴보면 삶을 피우려는 데는 같았지만, 속 깊이 파고들어 속내는 모른다. 공통점을 찾으면 같은 산에서 골 파인 나무껍질 무늬의 옷을 걸치고 동화작용을 활발히 하던 일을 멈춘 지 오래되고 뿌리에 갈무리한 복령으로부터 삶의 원천으로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들에 어린나무를 키워 숲이 우거지도록 하라는 묘약을 받았다, 활엽수의 이파리가 금방 생기 넘친다. 기 나무를 키워 숲을 이루려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활엽수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묘약을 써서 나무를 키워 잎 피우고 산을 살찌워 숲을 키워가는 체험담을 교환했다. 몇 달 반복하는 사이 활엽수의 겉모습이 잘 보여 망막에 새겨둘 수 있었다. 깊숙이 X 레이로 투시 못 해도 흑백사진으로만 익혀두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 모이던 날, 숲을 무성하게 이루었다는 평을 받아 흐뭇해하는 활엽수들을 물들어가는 단풍 빛깔의 주름 잡힌 옷을 걸치고 낯바닥은 골 하나 더 깊어진 컬러사진으로 망막에 새겨 둘 수 있었다 활엽수끼리 서로 속 깊이 스며들지 못했어도 숲을 키우는 데는 공헌했었다 복령이 조금 더 굵어졌다. 컬러사진의 속내를 읽는 것이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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