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새겨 둔 활엽수들
호 당 2010.10.29
산 밑에서 만난 낯선 나무는 70골도 넘는
나이테가 구불구불했었다. 듬성듬성 섰던
나무 사이로 낯선 구름이 스치고 낯선 햇볕이
찌그러진 그늘을 파고들었다 엷은 온도에
새잎을 피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는 달랐다
숲을 키우려는 나무들은 떡갈나무 참나무
조팝나무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들이지만
소나무는 없었다
이들을 살펴보면 삶을 피우려는 데는
같았지만, 속 깊이 파고들어 속내는 모른다.
공통점을 찾으면 같은 산에서 골 파인
나무껍질 무늬의 옷을 걸치고 동화작용을
활발히 하던 일을 멈춘 지 오래되고 뿌리에
갈무리한 복령으로부터 삶의 원천으로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들에 어린나무를 키워 숲이 우거지도록
하라는 묘약을 받았다,
활엽수의 이파리가 금방 생기 넘친다.
기 나무를 키워 숲을 이루려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활엽수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묘약을
써서 나무를 키워 잎 피우고 산을 살찌워 숲을
키워가는 체험담을 교환했다. 몇 달 반복하는
사이 활엽수의 겉모습이 잘 보여 망막에 새겨둘
수 있었다. 깊숙이 X 레이로 투시 못 해도
흑백사진으로만 익혀두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 모이던 날, 숲을 무성하게
이루었다는 평을 받아 흐뭇해하는 활엽수들을
물들어가는 단풍 빛깔의 주름 잡힌 옷을 걸치고
낯바닥은 골 하나 더 깊어진 컬러사진으로
망막에 새겨 둘 수 있었다
활엽수끼리 서로 속 깊이 스며들지 못했어도
숲을 키우는 데는 공헌했었다
복령이 조금 더 굵어졌다. 컬러사진의 속내를
읽는 것이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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