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들판
호 당 2010.11.12
추수한 너른 들판은 망막하게 보인다
노란 가을은 획획 지나버리고
넓은 가슴으로 풍성하게 품었던 것
알알이 익었던 것을 남김없이
다 내어주고 그루터기만 남아 멀쑥하다
알알이 훑어낸 지푸라기를
다발로 뭉쳐 둔 흰 꾸러미가
점점이 모여 엷은 햇볕을 쬔다
보시하는 가슴은 항상 풍성한데
이것마저 내어주고 나면 공허한 듯
메마른 가슴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렵다
계절은 되돌아오는 것이며
메마른 가슴도 일구면 다시
풍성해지는 것이여
때를 기다리며 마음 내리고 푹 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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