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버린 구두

인보 2010. 11. 18. 13:17


 

 
    버린 구두 호 당 2010.11.18 친구의 메시지 한 통으로 잘 가꾼 구두를 끌고 나섰다 저벅저벅 인도를 걷는데 길가 버려놓은 구두 한 켤레가 아직 연분을 피워도 될 것을 한 짝은 옆으로 한 짝은 뒤집혀 지난 화려한 시간을 하늘에 호소하는지 지금은 딱딱한 시간을 삼킨다 새 구두 땐 애정을 듬뿍 받아 닦고 털고 애인의 손길도 닿았을 구두가 조금 비탈지거나 구겨져 닳는 시간을 잘 견뎌 진자리 마른자리를 밟아 주었다 애인의 입술 포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발자국 찍었지만, 육중한 숙주를 받들었건만, 싫증 난 여자처럼 애정 잃은 연인처럼 정모 情貌를 잃으면 팽개치는가 자선가의 손끝에 닿으면 다시 애정을 피울 수 있을 것인데, 거뜬히 한 몸 지탱할 수 있을 텐데, 버림받은 구두가 또 다른 숙주의 손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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