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나를 잠 깨운 거울

인보 2010. 11. 17. 16:53

 

      나를 잠 깨운 거울 호 당 2010.11.17 내 방의 거울이 나를 비춘다 매끄러운 표면은 차디찬 어름, 냉정한 심판자 한 치의 동정도 없다 그 앞에 서면 자존심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멀쑥하지만 속내를 비쳐주지 않는다 친구들이 내 앞에서 환담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내 방의 거울과 같은데 되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란다 그런데 친구 속에 내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 말 못할 속사정이라도 있을까 오늘 참된 거울을 보았다 승용차에 5명이 합승한 나 뒷좌석에 탔다 같이 합승하면서 “얘 너 뒤차에 옮겨 타라 불편하다” 불쑥 거울 한 조각을 내민다 거기 내 일그러진 모습이 비춰준다 오, 고맙다 항상 웃음 지으려 노력한 내가 미워진다 내 차디찬 잔뿌리가 이웃을 오므라들게 했을까 나를 거친 바람이 친구의 얼굴을 차게 핥였을까 더 따뜻한 흙을 뭉쳐 놓을 테니 그 속에 마음껏 뿌리내리라고 일러주고 싶다 비춰준 말문의 거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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