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 깨운 거울
호 당 2010.11.17
내 방의 거울이 나를 비춘다
매끄러운 표면은 차디찬 어름,
냉정한 심판자
한 치의 동정도 없다
그 앞에 서면 자존심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멀쑥하지만 속내를 비쳐주지 않는다
친구들이 내 앞에서 환담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내 방의 거울과 같은데
되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란다
그런데
친구 속에 내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
말 못할 속사정이라도 있을까
오늘
참된 거울을 보았다
승용차에 5명이 합승한 나
뒷좌석에 탔다
같이 합승하면서
“얘 너 뒤차에 옮겨 타라 불편하다”
불쑥 거울 한 조각을 내민다
거기 내 일그러진 모습이 비춰준다
오, 고맙다
항상 웃음 지으려 노력한 내가
미워진다
내 차디찬 잔뿌리가 이웃을 오므라들게 했을까
나를 거친 바람이 친구의 얼굴을 차게 핥였을까
더 따뜻한 흙을 뭉쳐 놓을 테니 그 속에
마음껏 뿌리내리라고 일러주고 싶다
비춰준 말문의 거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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