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논바닥
호 당 2010.12.30
풍성했던 논들 판이
모두 내어주고
싸늘한 바람 한차례로
허허벌판이 을씨년스럽다
풍성했던 어머님의 가슴이
자식새끼들 다 키우고 난
쭈그러든 빈 젖가슴 같다
농로 길을 걸어 들어가면
빈 젖에 매달린 아기처럼
비둘기 떼들의 눈망울과
마주친다
한쪽 귀퉁이는
보리가 새파란 얼굴 내밀고
땅바닥으로 낮게 움츠리고 있다
차디찬 시련 견디면
활짝 피울 일 맞겠지
나 귓불 빨개지면서도
농로를 걷지만
빈 가슴으로 밀려드는 적막감에
싸늘한 날 선 바람이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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