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호 당 1011.10.12
창창할 때야 아무 탈 없었지만
지금
생의 진액은 다해가는 상태에
생의 고리도 헐거워졌는데
기둥을 삐끗했다
표피가 단단한 것 같지만
탄력 잃고 말았네
그물막까지 훤히 보인다는
X선의 사진에서
푸석푸석한 등뼈가
플라타너스처럼 휘어지고
동공의 허가 보인다기에
이런 몸을 가지고 버티고 서서
진액을 뽑아 삶을 이어왔다니
더 시련이 다가오기 전에
매달린 군더더기 생각이랑
각피 층에 쌓인
허물들을 쓸어내고
꼿꼿이 서서 세월을 건너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