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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깨두기
호 당 2011.10.14
그는 요양원에 있다
안락한 하루를 대접해도
꺼무스름하게
썩어가는 깨두기* 가 된다
푸른 소나무 적
나는 새를 품고
솔씨를 흩날리고
푸름을 펼쳤던 것을
싹둑 잘려 깨두기가 됐다
수 십 년이 흘러버려
깨두기의 속성으로
물컹 물컹 숙성하고 있는 중
모든 것을 부려놓고
기억도 생각도 지우고
자의에 의한 식욕이
타의에 맡긴다
발로 툭 차면
푹석 쓰러져버릴 듯한 깨두기
출발의 두근거림이 사리진
요양원에서
검은 신호를
기다리는 깨두기.
주:깨두기-나무를 베고 난 그루터기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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