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이발관 호 당 2011.11.17 여느 이발관만큼 차림으로 아담하다 특이하게 이마 벽에 복점처럼 붙은 표어*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외가 경영하는 거기 후덕이 포근한 안방 같다 그래서 훌훌 웃통 벗어 던지고 머리를 맡겨도 포근하다 밖은 덤덤하고 유머 humor스런 말수의 간격이 늘어도 가위질은 재빠르다 안은 카나리아 같다 연신 맑은 샘물처럼 흘러 다감을 쏟아 붓는다 지긋이 눈감고 누워 들어도 지루하지 않아 눈깔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끌리는 마력일까 포근한 햇볕은 낮게 깊숙이 비추고 주인도 낮은 자세로 맞는다 그래서 좋아 발길 옮길 수 없다 땀구멍에 낀 땟물까지 말끔히 밀고 씻어서 흐렸던 낯바닥에 쾌청한 햇살 듬뿍 두르고 나오게 하는 수정같이 맑은 이발관. *표어: 남만큼 해서는 남 이상 되지 못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