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호 당 2012.2.1
그 연못은 겉으로 평온했다
발랄한 싹들이 맘껏 펼치고
있는 듯했다
속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연못
심연의 언덕에는 무시무시한
악어의 탈을 쓴 수초가 폭력으로
노란 싹을 키우고 있었다
물 위에서 양같이 순한 수초를
귀퉁이로 몰아붙이고 돌멩이질을
하더니
기어코 수중으로 끌고 가서
어깨를 으깨고 이파리에 상처를 냈다
이튿날도 그 연못은 평온했다
아무도 폭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물 위의 수초가 파랗게 펼치고
있는 줄 알았다
심연의 모퉁이에 멍들고 있는
수초가 마음 놓고 싱싱하게
파닥거리고 펼칠 수 있게
해야 할 일이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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