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뼈다귀를 끓이다
호 당 2012.6.21
우리끼리 모여 가마솥을 장만하여
뼈다귀를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법 한 맛을 냈다
팔도명물에 외국 풍물도 끌어넣어
진 국물을 우려냈다
세월은 늙어가고 각기 뿌리박은
터전과 환경과 취미가 달라
본래의 맛이 점점 퇴색해갔다
진 국물을 우려내기가 쉽지 않다
먼저 건넌 요단 강 때문에
가마솥이 슬픔에 젖어 녹슬어버렸다
뼈다귀를 나누어 갖자
아예 가마솥은 깨트리자
가마솥이 용솟음치고 감정을
울대뼈까지 밀어 올렸다
조금만 진정하고 한 꺼풀 벗기고
쓰다듬고 보면 얽힌 친구인데
더 불을 지펴 알뜰히 달여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렸더니
가마솥이 펄펄 끓어
진 국물이 우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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