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끓이다
호 당 2012.9.8
주전자에 맹물을 넣고 끓인다
나 아직 맹물
무엇하나 이루지 못해 방황하는
나비같이 좌충우돌한다
세차게 끓기 시작하다가 그만
김빠진 맥주처럼 주저앉고 만다
비등점을 찾아 펄펄 끓여
내 영혼이 기세 좋게 날아
그 꼭짓점에 도달하여 등천하여
한 줌의 빗방울로 내리고 싶은데
늘 식고 만다
불심을 더 돋워 센 불로 끓여야
하겠는데 연료가 부족하여 항상
허덕인다
연료창고는 텅 비어 하루하루
연료 구하기조차 힘이 든다
그간 불 땐 재만 수북이 모였는데
여기저기 속을 해쳐 보면 아직
잿불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도 있다
그놈을 살려 잉겅불로 데우면
비등점에 이를까
아직 갈 길이 멀었는가보다
더 많은 재가 모이다 보면
물이 끓여 비등점을 찾아
등천할 것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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