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캐는 노인
호 당 2012.10.9
어둠을 해치고 새벽을 몰아내며 손수레를 몬다
내 삶을 버티고 내 부류의 반열에서 더 앞에 서려
나선다
밤사이 버려 놓은 쓰레기를 뒤진다
고양이도 아니고 미친개도 아닌 내가 버려도 내게
필요한 것들이 있다
입을 다문 쓰레기 자루를 벌리고 이빨 뒤지듯 하면
가로등이 환히 비춰준다
가끔 피가 튀고 얼룩을 새겨도 내게는 시효가 남은
소중한 것들이다
다시 봉합하여주면 얌전히 전주 밑에 쓰러 눕는다
어둠을 헤집고 골목을 누비면 내 생이 촘촘히 박힌다
덜걱거리던 손수레는 억지로 끌려오고 환한 햇볕이
내 등을 떠밀어 한층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수집장서 내 삶이 저울대 눈금에서 지시받는다
이런 짓을 하루 몇 차례 삶을 채크 받고 어둠을
두르고 귀가하면 나를 기다리는 아랫목이 있다
내 또래는 관절이 삐걱거리고 휘어진 허리지만
빳빳한 내 척추는 새벽을 가르고 버린 자원을 살리는
덕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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