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새벽을 청소하는 사람

인보 2012. 10. 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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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청소하는 사람 호 당 2012.10.10 밤사이 몰래 버린 것들이랑 낙엽들 노란 띠 걸친 옷 헬멧이 호신할 장비가 전부인 나는 빗자루 하나로 어둠을 쓸어낸다 밝게 시작할 하루를 구겨 놓은 도로 위를 말끔히 걷어내고 뒤돌아보면 아직도 기다리는 것이 있어 얄밉게도 ‘메롱’ 나 여기 있는지 롱 전주 밑에 모여든 쓰레기 자루들 온전히 입 다문 것도 있지만, 옆구리가 터지고 입이 째지고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할 것들 미친개나 밤도둑 고양이 소행이 틀림없어 소주병에 과자부스러기, 라면 찌꺼기들이 상처처럼 덧난 것이 여기저기 돋은 것을 말끔히 처치하다 보면 피가 튀어 얼룩이 되지만 개의치 않는다 도로와 인도에 버려 떨어진 마음을 하나하나 말끔히 쓸어 담아내면 밝은 하루가 보인다 햇살이 밝아 오른다. 인파가 밀려온다 제발 양심을 버리지 말라 내 고단한 하루를 빗자루가 새벽을 쓸고 나를 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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