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나의 그 시간은 심연의 바다

인보 2012. 11. 28. 13:33

나의 그 시간은 심연의 바다 
호 당 20122.11.28
칸막이 숲에서 뒤적거리는 책장은 
검은 깨알만 박혀있고 
내가 끌어내려는 어휘 한 알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그놈의 시어 한 움큼 붙잡으려 
헐벗은 산으로 들로 불 꺼진 항구를 
휘젓고 다닌다
어찌하다 손에 잡힌 시어의 뒤꼬리를
잡고 몸통으로 옮겨 더듬거리다가
이루어 낸 형체는 부초 같은 
푸른 잎줄기 하나였다
가까스로 붙잡은 시어가 부초였다면 
아름다운 꽃망울까지 달지 못하고 
개살구나 불임 암캐같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나의 그 시간은 시의 숲에서
멱감고 있었다는 것에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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