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호 당 2012.12.19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은
눈을 감았다, 떴다, 안절부절못한다
전광판의 숫자가 떴다 사라졌다
그때마다 온몸으로 오싹 달싹
덩굴손을 폈다 오므렸다
땀방울이 송송
가슴이 조이고 쿵닥 쿵닥
이파리가 푸르락 붉으락 떤다
담벼락을 꼭 움켜잡고 위로만 바라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덩굴손을 놓쳐
낭떠러지로 굴러지거든
다행히 밑으로 내다보지는 않았다
눈을 위로 뜨고 조금씩 오른다
뒤따른 붉은 담쟁이는 기진맥진
자꾸만 거리가 멀어진다
그만 조바심하지 않아도 돼
눈을 크게 떠도 돼
크게 숨 고르고 앞가슴 젖힐수록
뒤따른 붉은 담쟁이는 주저앉는다
그만 안착해도 돼
난롯불 위의 주전자 물이 들끓다가
조용해진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개표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