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 산의 가을
호 당 2013.11.5
곱게 차렸네
화사한 여인이 거울을
거꾸로 짊어지고
물구나무서기 해도 아름답네요
운암지는 가슴 깊이 새겨
반기고 있어요
고운 님 기다리나 봐요
행복한 남자는 걸맞지 않게
얼굴 붉혀 허둥거리네요
뒤따르는 앳된 처녀가
입 활짝 벌려 숨 내뱉을 때마다
붉은 이파리가 펄펄 날아요
부드러운 가을 햇살에
더욱 선명해진 얼굴로
여보, 어서 와요
손짓에 샛노란 샛빨강
정분이 묻어나네요
누굴 애간장 다 녹일 듯
활활 불꽃 날려
염분 뚝뚝 떨구어요
운암지는
하나 남김없이 받아들여
환하게 비춰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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