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너무 삭막하고 가슴 답답하다

인보 2014. 2. 8. 16:56


너무 삭막하고 가슴 답답하다  호 당  2014.2.8
냇가 도랑이 바싹 마른 지 오래다 
음침하고 건조하고 울적한 시간만 흐르고 
폐 계에게 수탉은 눈도 흘겨보지 않는다
나 혼자 식당에 들려 막 먹어 치우고 싶다
통닭 한 마리 다리를 딱 벌리고 떼어 입이 
비좁을 정도로 막 쑤셔 넣고 씹어 버리고 싶다
아니면 
영덕 대게 다리 뚝뚝 꺾어 속살이나 낚아볼까 
산채 비빔밥에 산채 듬뿍 고추장 듬뿍 마구 비벼
빨간 고추 된장에 찍어 뭉텅 깨물고 입안이
얼얼하도록 해볼까
그래도 꽉 막힌 시간만 흐르면 
깊은 계곡을 찾아 물 흐르고 작은 폭포가 있으면
더욱 좋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험상궂은 얼굴을 만들려 진흙으로 온몸을 바르고 
원시인처럼 행동할 거야
산을 파헤쳐 나무뿌리를 생으로 씹고 소나무 순을
뚝 꺾어 가죽을 발라내듯 하여 단물을 훑어 마셔야지
포효하는 사자처럼 막 짖어대고는 발작의 시간이 훌쩍 
잠들었다 싶으면 내 본성을 찾아야지
흐트러진 몸 매무시를 고치고 거울 조각에 비친 
얼굴에 표백하고 시치미 뚝 떼고 나와야지 
그러면 후련한 시간으로 뚫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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