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훈계는 잠들다
호 당 2914.2.8
여학생의 말싸움이 얼굴에서 머리카락으로
화염이 번져 속치마까지 불붙었다
교사는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친구들이
와르르 달려 들여 분리했다
회초리로 흑판만 후려치고 훈계는 공중에서
웃고 있었다
혼잡한 도로에서 청소년이 싸워도
못 본 척이 상책이고
버스 지하철에서 독버섯처럼 고성을 뿌려도
늙은 눈은 허공에 있고 많은 눈은
땅바닥으로 시선을 굴렸다
소매치기를 못 본척하는 눈동자
멱살 잡고 파출소로 향하는 눈동자
길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위급한 자를
슬쩍슬쩍 지나는 눈동자 중 샛별같이
빛나는 눈동자는 119에 싣고 달린다
보신주의 눈은 딸바닥 납작 엎드리고
샛별처럼 빛난 눈동자는 드물다
역풍을 맞기 싫어 훈계는 밖으로
함부로 활보하기 꺼린다
비겁한 내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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