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내 훈계는 잘들다

인보 2014. 2. 8. 07:28

      내 훈계는 잠들다 호 당 2914.2.8 여학생의 말싸움이 얼굴에서 머리카락으로 화염이 번져 속치마까지 불붙었다 교사는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친구들이 와르르 달려 들여 분리했다 회초리로 흑판만 후려치고 훈계는 공중에서 웃고 있었다 혼잡한 도로에서 청소년이 싸워도 못 본 척이 상책이고 버스 지하철에서 독버섯처럼 고성을 뿌려도 늙은 눈은 허공에 있고 많은 눈은 땅바닥으로 시선을 굴렸다 소매치기를 못 본척하는 눈동자 멱살 잡고 파출소로 향하는 눈동자 길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위급한 자를 슬쩍슬쩍 지나는 눈동자 중 샛별같이 빛나는 눈동자는 119에 싣고 달린다 보신주의 눈은 딸바닥 납작 엎드리고 샛별처럼 빛난 눈동자는 드물다 역풍을 맞기 싫어 훈계는 밖으로 함부로 활보하기 꺼린다 비겁한 내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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