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늙은 귀 멍울

인보 2014. 2. 27. 15:30

    늙은 귀 멍울 호 당 2014.2.27 집음기의 기능이 뚝뚝 떨어진다 바삭 소리만 나도 귀를 새워 감지하던 쫑긋 새운 숫캐 귀 같았는데 오래 묵으니 무딘 칼날이 되었다 들어도 잊고 들어도 안 들리고 영혼을 공중에 둥둥 띄워놓고 빈 고깃덩이만 흐느적거린다 홀연히 떠올리는 기억 부당한 금리 계산을 상품권 석 장으로 가늠하다니 하얀 백합이 환한 등불을 달고 마이크를 걸고 흐르는 음향에 내 낯빛이 붉게 물들인다 늙은 학 한 마리 냇물에 거닐었으나 미꾸라지는커녕 백합이 내뱉는 마이크 소리에 화들짝 입 벌려 공중을 난다 늙은 학의 귀 멍울이 확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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