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원래 역사책은 한 권이었다

인보 2014. 2. 26. 15:37

 

    원래 역사책은 한 권이었다 호 당 2014.2.26 원래 한 권의 역사책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반 권씩 갈라놓은 책 그 속에 바글거리는 입술들은 같은 햇볕을 받아도 양지와 음지 같은 판이한 환경에서 살았다 벌써 근 70년을 배여서 토양이 변해 역사책에 스민 입술들의 생각이 세 마디를 이어도 잔뿌리 없는 주체 그 중 만나고 싶은 생각은 공통분모 이빨 빠지고 문드러진 입술들 만나서 울부짖고 비비고 애통을 울렸지만 해어질 때의 애잔함은 혈육에 흐르는 정은 주체를 녹였을까 그러나 역사책에 기술한 입술의 생각은 달랐다 두 동강 난 역사책의 입술이 내깔긴 말 말들이 같은 맥락에서 흘러 아픔과 분노와 꽉 박힌 뇌쇄를 녹여 한 권의 역사책으로 엮을 날 그날을 위해 정을 주고 마음을 녹이고 눈 녹은 벌판에 새움을 피워 새 역사책이 탄생하도록 노력하고 죽지 말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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