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천국을 기다리는 사람 호 당 2014. 3.27
병실은 모두 백색 유니폼으로 안락한 병상은
말없이 잘 받들고 저승 사지만 아니면 반긴다
이쪽은 아직 낙원의 끝자락임을 알 리 없지
생명이 시들지 않고 꽃병에 꽂힌 꽃으로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다
누구든지 꽃병에 생수로 갈아만 다오
생기는 펄펄 되찾을 것이니
그는 암 덩이는 더도 덜도 멈춰선 모터가 되고
붉은피톨은 여전히 운반과 폐기를 잘한다고 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죽는다 생각 않아
병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데 뭐
한평생 몸에 밴 창작근성인 시 한 편씩 풀풀 쏟아
세상에 내 놓겠다는 욕망이 가상하다
나는 꽃은 더는 시들지 않는다고 위로했다
산소가 가득 밴 생수를 콸콸 부었더니 회색이 솟아
시들한 꽃이 활짝 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대와 나 오십보백보야, 거기가 거기인데 경계선이
코앞에 있는지 없는지 생각할 것 없어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살아야지
그 병실은 맑은 물로 갈아 바꾼 지 오래된 어항의 붕어가
아가미 질을 하고 있지만
예비천국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기우였으면 좋겠다.
*스피노자의 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