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에서 입맛 찾다
호 당 2014.3.26
겨울 눈 덮고 납작 엎드렸던 고집불통이가
추위를 뚫고 봄을 맞아 고개를 쳐들었다
쓰디쓴 옹고집이 흰 피톨만이 일종의 계약서지
몇 10배 위약금도 통하지 않아
훈풍이든 폭풍이든 몰아쳐도 고집은 꺾을 수는 없지
그러나
나에게도 급소를 어루만지면 위약금도 녹아
찰떡궁합의 친교가 될 수가 있지
내 하얀 피는 응고되지 않아 지금 활발한
피돌기를 시작하고 있어
쓰디쓴 흰 피는 옹고집의 세기를 가늠하는 잣대
어떤 충고든 그중 쓰디쓴 충고 따위는 받을수록
피톨은 더 진해지거든
고슴도치도 살친구 있는데 나도 친교 맺자
손 내미는 이 많아
잔뜩 뱃가죽 기름기 쌓아 밥상만 타박하고 입맛만
나무라는 이들아, 불통을 모르느냐
용상에 오르는 것은 단맛만이 아니거든
단것은 좋고 쓴 것은 나쁘다는 것은 편견일 뿐
양약일수록 쓰다는 말에 당의 糖衣를 살짝 입히면
거짓말을 달콤한 말로 둔갑하지, 속지 말고
적당한 시간을 한증막 버금가는 온기로 다루고
잘 버려 봐, 계약서 자구 몇 자는 간극에
융통을 둘 수 있을 거야
실은 약간은 숙여줘야 나다운 맛에 내 쪽으로
혀를 날름거릴 거야
나 옹고집을 용상에 떠받히는 이는 분명 봄기운을
남 먼저 찾아 기중기라도 번쩍 들 수 있는 정력에
홀려 입맛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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