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린다

인보 2014. 3. 24. 06:32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린다 호 당 204.3.24 가마솥 주위로 입술들이 바글거린다 주걱을 들고 밥 퍼담을 시간은 모르지만 내 차례 명단에 실릴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 상아 뼈다귀는 싫컷 핥아 냄새에 폭 배였다 상아탑 쌓기보다 자립 인간되기는 더 어렵다 참새가 마당에서 짹짹거리며 먹이를 줍는다 나는 허허벌판에 팽개쳐 있다 우물에 내 얼굴 비쳐 본다 목말라하는 푸른 이파리가 패기에 넘쳐 반사한다 두레박을 내렸다 우물물이 흩트려 요동친다 요동한 만큼이라도 꿈틀거려야 해 두개골을 열어젖혀 도서관에 내려앉은 앙금을 끌어 집어넣고 봉합하면 더 무게가 실을까 도서관 어디서라도 내 지문은 채취된다 물만 먹고 사는 인간이 아닌 바에 상아탑까지 쌓았으면 자립 인간이 돼야지 아직 가마솥 주위에 밥 먹는 입술보다 기다리는 입술이 더 많다 밥 익은 냄새가 배를 찌른다 아직 내 시간은 다가오지 않고 수저와 밥그릇은 준비됐는데 나는 침만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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