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얼음 밭에서도 싹 틔우고 견뎠다

인보 2014. 3. 22. 21:54
    얼음 밭에서도 싹 틔우고 견뎠다 호 당 2014.3.22 그 밭은 씨가 말라 싹트지 않는 일은 없었다 몹쓸 찬바람과 시베리아의 얼음장을 갖다 뿌려도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씨앗을 싹 틔웠다 긴 세월 몹쓸 올가미보다 더 찬 굴곡에서도 우리는 싹 틔워 위보다 아래로 깊이 파고들었다 너희는 자라는 데로 싹둑싹둑 잘라 가졌지만 언 땅을 녹여가며 아래로 생을 이어갔다 배추는 겨울에 겉은 얼어도 속은 생을 움켜잡고 봄을 기다린다 그렇게 눈을 덮어버려도 모진 생은 얼지 않았다 동면하는 개구리는 너희가 쫓겨 갈 줄 알고 기다린다 보라 얼음 밭이라고 계속 얼어있으라는 법은 없지 세계를 휘몰아온 바람은 눈발을 녹이고 너희 꼬리를 잘라버려 황겁히 바다를 빠져나가 버렸지 언 땅에도 발붙이고 씨앗 틔워 밭을 살찌우고 풍성하게 했다. 시작노트: 일제 36년간 고초에도 우리는 굿굿이 이어와 눈부신 방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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