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협곡열차에서 생을 담금질하다

인보 2014. 4. 30. 11:28

      협곡 열차에서 생을 담금질하다 호 당 2014.4.27 누구나 *협곡열차에 몸을 실으면 어머님을 생각하여 시계를 거꾸로 돌려 자궁 속으로 기어든다 태어난 곳이 어머님의 자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속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체험한다 낙동강의 발원지, 순수한 양수가 맑게 고여 흐르는 황지에서 헤엄치고 자궁에서 전개하는 갖가지 풍경은 나의 성장이 경외로워진다 나는 태아로 남보다 조금 늦은 철을 맞아 만발한 꽃 정원과 기암괴석의 봉우리를 넘나들며 유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자랐다 고르지 않는 밤낮을 거친다, 긴 낮에서 잠깐의 밤을 수놓은 별이 총총 나를 반긴다 한 구비 돌 때마다 곡선의 후미에서 바라보면 삶은 유연하라고 게시하는 어머님의 소리가 들린다 자작나무 군락을 보이며 결백하라, 곧게 자라라, 미끈한 춘양목을 보이며 푸르게 희망차게 자라라, 태교는 덜커덩 소리를 반주 삼아 이어갔다 나는 양수 속을 유영하면서 10달이 아닌 1시간의 속성태교를 받고 어머님의 자궁으로부터 협곡을 헤치고 다시 하늘을 보았다 어머님의 자궁은 아름답고 성스럽고 위대하였다 잠시 되돌린 협곡열차에서 새롭게 게시한 교훈을 짊어지고 치마를 걷어 밖으로 나왔다 생은 가끔 담금질하며 재생하는 거야 협곡열차를 타고. * 분천역 승부 철암까지 운행하는 협곡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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