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하던 날
호 당 2014.4.26
연두 잎이 몸집 불리는 소리는 듣지 못해도
반짝이는 눈망울 굴리는 것은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햇볕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지만, 이 *찬란한 슬픔의 봄을
두르고 풀 향기와 햇살의 정기를 받는 동안
지나간 시간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 와
쌓인다
문득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로 엮어 지나간다
산 다람쥐가 우리를 보고 장난치는 듯
나무를 타고 오르내린다
너와 나는 산자의 몫을 누릴 뿐
예측 못 할 미래시간
산자는 공간을 주무르고 사자는 지하에서 때 집
지고 있을 뿐
내자와 인연 맺은 이후의 시간이
흡족한 시간 속으로 같이 유영 못 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잔을 올리고 묵상한다
좋은 세상을 누리지 못하고 촉박한 시간이었던가
상석과 묘 언저리를 만진다. 고이 잠드시라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피었다
한창 발돋움하는 초목들, 말과 말이 교차하고
회한도 웃음도 맞닿는 것이 이승의 풍경이다
남은 시간 예단 못 한 나, 이만한 기력이 있을 때
성묘한다는 그 마음 하나 가슴을 친 것이다
봄을 타는 내성천에 내 찬란한 비감을 실어 보낸다
갖은 상념에 젖었지만, 산자의 허식일 뿐이다.
*김영란 모란이 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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