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성묘하던 날

인보 2014. 5. 1. 08:51

     

        성묘하던 날 호 당 2014.4.26 연두 잎이 몸집 불리는 소리는 듣지 못해도 반짝이는 눈망울 굴리는 것은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햇볕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지만, 이 *찬란한 슬픔의 봄을 두르고 풀 향기와 햇살의 정기를 받는 동안 지나간 시간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 와 쌓인다 문득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로 엮어 지나간다 산 다람쥐가 우리를 보고 장난치는 듯 나무를 타고 오르내린다 너와 나는 산자의 몫을 누릴 뿐 예측 못 할 미래시간 산자는 공간을 주무르고 사자는 지하에서 때 집 지고 있을 뿐 내자와 인연 맺은 이후의 시간이 흡족한 시간 속으로 같이 유영 못 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잔을 올리고 묵상한다 좋은 세상을 누리지 못하고 촉박한 시간이었던가 상석과 묘 언저리를 만진다. 고이 잠드시라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피었다 한창 발돋움하는 초목들, 말과 말이 교차하고 회한도 웃음도 맞닿는 것이 이승의 풍경이다 남은 시간 예단 못 한 나, 이만한 기력이 있을 때 성묘한다는 그 마음 하나 가슴을 친 것이다 봄을 타는 내성천에 내 찬란한 비감을 실어 보낸다 갖은 상념에 젖었지만, 산자의 허식일 뿐이다. *김영란 모란이 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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