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뒷골목 호 당 2014.5.3
정전되고 꽃길이 입 다문 골목 대낮은 꽃향기로 이어져 꼬불꼬불 골목을 거치면 산비탈까지 닿는 향기
늦은 밤 가로등 CCTV가 눈을 뜨고 있어도 내 뒤를 밟는 치한으로 강간당할지 몰라 내 맘을 건드릴까 봐 졸인다 CCTV는 졸지 않아 바스락 소리도 녹취돼 화려한 꽃향기는 졸고 있다면 아랫도리 지린내로 뿌리면 화들짝 생기 돋은 텐데 그런 여유 없어 빨리 이 골목 벗어나야 해
숱한 가면들이 이 골목을 통과한다 화려한 장미 한 움큼 잡은 남자도 몇 권의 책을 포개든 여대생도 그 골목에서는 마음 졸여 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아 어쩌면 밝은 세상에도 뒷골목엔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 거야
아직 피어보지 못한 꽃봉오리는 이 골목은 숙명인 걸 내가 더 성숙하자면 모욕하고 거울에서 내 모습을 다듬어야겠다 골목이 무섭지 않은 세상으로 나부터 변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