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불 꺼진 뒷골목

인보 2014. 5. 3. 18:36

      불 꺼진 뒷골목
      호 당 2014.5.3

      정전되고 꽃길이 입 다문 골목
      대낮은 꽃향기로 이어져 꼬불꼬불 골목을
      거치면 산비탈까지 닿는 향기

      늦은 밤 가로등 CCTV가 눈을 뜨고 있어도
      내 뒤를 밟는 치한으로 강간당할지 몰라
      내 맘을 건드릴까 봐 졸인다
      CCTV는 졸지 않아 바스락 소리도 녹취돼
      화려한 꽃향기는 졸고 있다면 아랫도리
      지린내로 뿌리면 화들짝 생기 돋은 텐데
      그런 여유 없어 빨리 이 골목 벗어나야 해

      숱한 가면들이 이 골목을 통과한다
      화려한 장미 한 움큼 잡은 남자도
      몇 권의 책을 포개든 여대생도
      그 골목에서는 마음 졸여
      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아
      어쩌면 밝은 세상에도 뒷골목엔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 거야

      아직 피어보지 못한 꽃봉오리는
      이 골목은 숙명인 걸
      내가 더 성숙하자면 모욕하고 거울에서
      내 모습을 다듬어야겠다
      골목이 무섭지 않은 세상으로
      나부터 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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