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낚시하는 마음

인보 2014. 5. 18. 09:03

     

 

 

 

 


    낚시하는 마음
    호 당 2014.5.17

    이 시간이 알맞다. 그림자가 물속 깊이 꽂혔다
    저수지는 조용하다
    한 번도 펴 보지 않은 책갈피를 내가 처음 연다


    첨벙, 멀리까지 보낸 낚싯줄 찌가 뜬다
    지금부터 인내와의 싸움이다
    영의 시간으로 비워내고 수평의 잔물결을 타고
    내 욕망을 띄운다
    지난 시간이 모두 캄캄하게 먹칠해 놓았다
    오늘 이 시간을 모두 벗겨내고 욕망의 문고리를
    잡을 거야

    점점 짙어가는 어둠
    그간 수없이 던졌지만, 문고리는 잡히지 않았다
    간혹 피라미를 낚았지만
    방면하여 선심을 쓰는척했다
    지금 그것이라도 잡을 걸
    지난 것을 생각 말자
    오늘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월척 할 거야
    저수지 주변에 등불이 켜진다
    찌는 뚜렷하다 까닥까닥한 부표가 불안스럽다
    다시 까닥까닥 한다, 불안은 길조의 신호야
    더 세게 기별 오기를 기다리자

    근엄한 안경테는 내 폐부를 꿰뚫고 오장육부를
    해부했었지
    그리고는 캄캄한 무소식이었지
    오늘은 기어코 안경테의 코를 넘을 거야
    여명이 온다. 나도 지쳤다
    심하게 요동치는 찌
    이때다. 문고리를 화들짝 움켜쥐고 열었으나
    빈 의자만 놓여있다
    내가 그리던 월척은 물거품
    내일을 기다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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