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지서
호 당 2014.7.10
어둠을 해치고 부두에 섰다
먹구름 짊어진 파도는 얌전하다
처음 뱃길에 초년생의 바다, 태풍에 가누지 못한
나무 같다. 성실만은 잃지 않으려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오늘을 빈다
열리지 않은 창문을 노크만 여러 차례
그때마다 먹먹한 가슴에 검은 파도만 후려쳤다
파도와 싸워야겠다는 결심으로 일용 배 귀퉁이를
잡았다
사나웠을 때보다 순할 때가 더 많아 순해도
나와는 초면
낯익히려 밧줄에 마음을 심어 올가미 던졌을 때
나는 바다와 속삭였다
다정한 친구로 사귀자고
해코지하지 말라고 먼저 손 내밀었다
넘실넘실 내미는 혓바닥이 내게는 두려움에서
이제는 다정한 몸짓으로 다가왔다
어둠을 삼킨 해님이 수평선을 어루만지며 바다를 깨운다
따뜻한 손길에 바다는 눈망울 반짝이며 화답한다
무척 다정해 보인다
네가 품은 뱃속에 내시경을 던져 넣고 샅샅이 뒤진다
네가 길러낸 지느러미 때어 내야 한다
도망가는 놈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모은다
나는 네 등을 타고 넘어도 다정한 느낌이다
희망이란 날 비린내 가득한 지느러미가 만선인 것
땅을 다시 밟고 식탁에 마주하는 것
가장 듣고 싶은 노크에 기쁜 창문 열리는 것
북 박이가 창문 열어 놓았다는 벨 소리다
극락조 한 마리가 내 품 안으로 날아들었다
사귀어 놓은 바다와 이별해도 되겠다
희망을 가득 싣고 땅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