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두르고
호 당 2014.7.11
가뭄에 콩 나듯 마르고 푸석푸석한 밭을 찾은 것은
햇볕이 맹렬할 때다
주름투성이 밭고랑에는 검버섯이 이곳저곳에 돋고
푸석한 골짜기에서 흘러온 맥 빠진 흐리멍덩한 물이
고여 있었다
모진 세월 바람 쌓을수록 바삭거리는 낙엽이 될 것을
복지의 초점이 박힌 곳에 마른 구름만 모여 한사코
비 품으려 애써도 바람이 풀풀 말려버린다
비 벤 구름이야 무덥고 가물 때 희망이지
마른 구름 뭉쳐봐야 저수지 몰래 물 빠지는 꼴이지
기운차게 자란 옥수수는 알배어 다 익혀 떠나보냈다
지금은 바삭거리는 이파리 달고 삼킬 입술만 살아
창공에 음파를 쏘아 올려도 파장이 약해 사라진다
하기야 채울 공간 얼마 남지 않은 자루만 보고
마른 입술들 바글거린다 하지 말라
누구나 푸른 계절은 겪는다
등짐도 모두 부려 놓았다
낙엽은 아직 나무에 매달리고 있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연못에 헤엄친다
내일은 수심 더 낮아진 수면을 헤엄칠 것인지
노을이 웃으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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