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도 망각도 물러가라
호 당 2014.7.9
나는 나뭇잎이 항상 초록색인 줄만 알았다
손톱이 어느 사이 자란 것을 알아차린다
망각의 그늘에 햇볕을 한사코 끌어들여
밝히려 한다
항상 그림자 내부에는 망각의 새털이
떨어져 있다
내가 그림자에 마음 쓰는 것은 더 무서운
치매에 걸린 호랑이가 이빨 벌리고 포효할까 봐
조심하는 것이다
어느 날 그림자의 내부를 뒤졌더니 좌표가
흐트러졌다
그만 미로보다 더 무서운 망각의 웅덩이서 허우적거렸다
정오인지 12시인지 구별되지 않은 착각의 날 새웠다
바람이 불어 내 목소리와 영혼들을 휘감아
착각도 망각도 지워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나기가 쏟고 번개 치고 내 착각과 망각이
떠난 빈 몸뚱이 흠뻑 적셨다
이번에는 창문이 날아갈 듯한 천둥소리에
까무러친 몸뚱이가 정신이 차려 쨍쨍한 햇볕 아래
내 몸을 말리고 있었다
바삭바삭한 몸이 되자 좌표가 눈앞에 그려 보인다
잠시 몽상에 잠들었나
내 집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대문의 비밀번호도 톡톡 튀어나왔다
소파에 덥석 앉으니 착각과 망각의 이파리가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