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복날
호 당 2014.7.18
하늘에서 불덩이 떨어진 날도 아니고
더운 복주머니 주운 날도 아닌 단지
더위 먹어 치우라는 생긴 날인가 보다
저쪽 산기슭에 늙은 황새 불덩이 입에 물고
물가로 내려앉는다
고목 밑에 늙은 똥개는 혀 내밀고
헉헉거리며 땀 밀어냅니다
부채질하는 노인이 복 타령한다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어 입안이 메마르다
그곳에 개똥 냄새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뽀글거리는 탕 그릇에 얼굴 처박고 땀을
걷어치우고 있고요
돌아보면 늙은 똥개만 우글거리고
앳된 똥개는 얼씬도 하지 않아
복이 온다, 아니 땀이 온다, 오려면 오라지
먹어치워야지
깨물고 물어뜯고 부채질하여 날려 보내버린다
시원한 복이 흘러간다,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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