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호 당 2014.7.16 어둠이 쫓겨나자마자 습관에 젖어 걸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랑 새들이랑 초목도 습관이 젖어 깊은 잠에 잠겼다 같이 젖은 이가 많아 친구처럼 느끼지만 옆구리에 꿰찰 주머니는 아니다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겨우 걸고 걷다 덜덜거리다 기울다 몇 박자씩 이어 놓쳐 멀어진다 씽씽 달리는 자동차가 부럽다 새 차는 고물차로 되기 마련이지만 폐차 직전이다 저쪽 구석 연못에서 헤엄치는 푸른 것들 배드민턴 공을 공중으로 보내며 물장구쳐서 와와 날린다 온몸으로 퍼덕거려 좋겠다 물을 휘저으니 땀은 흘리지 않아도 되겠다 낙엽 되기 전에 실컷 물장구치고 붉은 힘줄 세워라 앰프가 스치고 노랫말이 인사한다 슬쩍슬쩍 지나쳐도 무슨 곡인지 안다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다 자기 욕심에 한사코 귀 가리는 이 배려로 보면 된다 아침이 싱그럽다 발목이 가벼워졌다가 무거워진다 습관도 늙어지면 무거워진다 아등바등 생을 붙잡고 있는지 고물차를 정비소에 맡겨 진단받아야겠다 부끄러워진다, 해님에 고개 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