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을 짊어진다
호 당 2014.8.12
덜덜거리는 수레를 끌고 골판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모인다
하나같이 옹이를 틀어막고 분절된
말이 많다
빈 낚싯대만 메고 있어도 매운탕은
꼭꼭 챙긴다
묵은 나이테만 쌓은 창고를 가슴 열어젖혀라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힐끔 들여다본다
우리가 안아야 할 텐데 걱정한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탱탱한 바짓가랑이에
덧씌우려 하지 말라
허름한 시간을 시큼 새콤한 신물이 새는 관절로
채우려 하지 않으려면 골 파인 마음을 펴라
검버섯 얼굴들아, 단련하는데 참여하라
앞산을 획획 넘나드는 팽팽한 이들을
따라잡을 수도 없으니 마음마저 죽이지 말라
낮은 언덕이나 굴절된 골목도 좋으니 걸어라
앞산을 짊어진 기분만이라도 가져라
혀 꼬부라진 문자는 버리고 쇠 깎는 소리는
새파란 이파리를 무겁게 한다
너절너절한 자루를 채우려 노력하라
사용할 곳 잃은 벽돌로 그냥 쌓아있지 말고
찾아가서 한 귀퉁이 막아주라
앞산을 짊어진 마음으로 굴절된 길이라도
걸어서 마찰음도 세월의 무게도
사라지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