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앞산을 짊어진다

호당의 작품들 2014. 8. 12. 22:28
      앞산을 짊어진다 호 당 2014.8.12 덜덜거리는 수레를 끌고 골판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모인다 하나같이 옹이를 틀어막고 분절된 말이 많다 빈 낚싯대만 메고 있어도 매운탕은 꼭꼭 챙긴다 묵은 나이테만 쌓은 창고를 가슴 열어젖혀라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힐끔 들여다본다 우리가 안아야 할 텐데 걱정한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탱탱한 바짓가랑이에 덧씌우려 하지 말라 허름한 시간을 시큼 새콤한 신물이 새는 관절로 채우려 하지 않으려면 골 파인 마음을 펴라 검버섯 얼굴들아, 단련하는데 참여하라 앞산을 획획 넘나드는 팽팽한 이들을 따라잡을 수도 없으니 마음마저 죽이지 말라 낮은 언덕이나 굴절된 골목도 좋으니 걸어라 앞산을 짊어진 기분만이라도 가져라 혀 꼬부라진 문자는 버리고 쇠 깎는 소리는 새파란 이파리를 무겁게 한다 너절너절한 자루를 채우려 노력하라 사용할 곳 잃은 벽돌로 그냥 쌓아있지 말고 찾아가서 한 귀퉁이 막아주라 앞산을 짊어진 마음으로 굴절된 길이라도 걸어서 마찰음도 세월의 무게도 사라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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