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셋방살이

호당의 작품들 2014. 8. 9. 22:17

셋방살이 호 당 2014.8.9 산동네 골목을 꼬불꼬불 돌아 오를 때 곳곳에 CCTV는 눈동자를 굴렸다 죄진 것 없거든 아니 날 지켜 주는 거야 나의 셋방살이에도 마음은 편하다 비록 월 셋방일망정 따스한 물이 나오고 마누라 토끼 새끼 같은 귀염둥이 반기거든 빈 손수레를 끌고 골목을 돌아가면 어둠이 앞장서서 길을 밝힌다 전봇대 가로등이 등을 밀어준다 별과 달은 나를 엄호하고 가끔 낯익은 눈동자가 반겨준다 울림 덕분으로 풀칠을 이으니 다행이다 이것만이라도 행복이다 산동네는 춥지 않아 덜커덩 손수레 바퀴가 하루 마감을 반기는 듯 한마디 했다 그도 어지간히 골목을 누비며 나를 붙어 다녔다 내 발자국에 덧칠하다 보니 골목도 나를 알아차리고 길을 넓힌다 산동네 셋방살이를 벗지 못해도 야생고양이 염려 없고 나무 한두 그루 키울 수 있는 여력은 고만고만하여 편하다 배불뚝이는 아니라도 행복하다 손수레만 있으면 풀칠은 이어간다 내 근력이 부치니 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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