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의 풀
호 당 2014.8.9
초원은 싱그러워 신이 날 정도로
풋 향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콩밭인지 풀밭인지
지금
성전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있어야 할 자리 아닌데도
도둑고양이처럼 칡넝쿨처럼
야금야금 침범하고 영토를 확장하여
드디어 바랭이 풀의 왕국이 됐다
콩 싹은 울상이다
바랭이 풀에 에워싸여 오금을 펴지 못한다
어디 맘 놓고 숨 쉬겠나, 햇볕 쬐겠나
속수무책이다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지쳐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비틀거린다
소 떼 풀어 놓으면 좋아할 초원이 됐다
내가 무자비하게 핵폭탄을 뿌린다면
폐허의 땅이 되고
쥐 잡으려 하다 장독 깨뜨리는 꼴이지
일대일 맞서는 거야
땅과 분리하면 그만 풀죽은 신세가 된다
그러면 콩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뿌리를 하늘로 대면하면
향일성에 치명적이다
콩밭은 더 가슴 펴고 심호흡을 하고
콩은 어깨를 넓게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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