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복숭아의 계절

인보 2014. 8. 17. 15:49

      복숭아의 계절 호 당 2014.8.16 와짝 붉은 살이 내뱉는 소리 따라 단물이 새어난다 탱탱한 젖가슴을 처음 헤쳐 보이는 것 같다 한껏 달구어낸 하늘 아래 복숭아는 계절을 휘젓는다 지금은 계절에 편승해서 숙성을 완료했다 다음은 이탈을 시작할 때 올여름은 습하고 미친 바람을 맞지 않아 조마조마한 마음도 사라져 태평했다 맘껏 여름 속에 스며 붉고 시원하고 단물만 가득 채웠다 간혹 몹쓸 것들이 희롱했던 자리 움푹 파인 것은 폭력의 흔적 아무리 같은 향을 지녔어도 딱지 떼이면 선 밖에서 움츠린다 고르게 여름을 짊어졌으나 억울하다 당분간 철조망은 햇볕 끌어안고 눈 부릅떠 망보지 않아도 돼, 복숭아나무도 홀가분한 맘으로 계절을 보낸다 다만 계절을 건너는 동안 익은 마음이 최상의 대접 받기를 바랄 뿐 홍수 출하는 제 몸값도 하류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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